달달한 동물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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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 펫 칼럼] 건물더미에 깔려 죽어가는 길냥이들 2020-02-10 오후 12:05:04

 

포크레인 아래에서 사라져버린 집을 뒤로 한 채 앉아있는 길고양이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긴다. 지붕을 거둬내 버린 주택 집 담벼락에 기대어 있는 어미와 새끼고양이. 주인이 버리고 간 듯해 보이는 고양이는 집 마당에 앉아 그저 주인을 그리워하는 듯한 눈빛으로 대문 사이로 쳐다보기만 한다.

 

바로 철거촌 즉, 재개발 철거지역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이다. 사람과 함께 삶의 터를 옮겨갈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살던 곳을 쉽게 떠나지를 않는다고 한다. 무차별적으로 뜯겨나가는 건물더미에 깔려 죽어가는 어미고양이와 새끼고양이를 눈앞에서 목격한 어떤 캣맘은 금세 눈물과 함께 땅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나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부산 동래구 소재 온천4주택 재개발지역에서 ‘온천냥이 구하기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이다. 부산 최초 민관협치로 이뤄지는 철거지역 내 길고양이 구조 사업이다. 모든 길고양이 관련 사업은 민간단체로만 감당할 수 없다. 주요 사업인 TNR사업(Trap-Neuter-Return의 줄임말로 고양이를 잡아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다시 살던 지역으로 방사하는 행위)만 하더라도 관할 기초단체에서의 지원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길고양이 보호 활동은 결국 민관이 협력해야 하는 동물정책인 것이다. 그러나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하는 캣맘 캣대디 입장에서 보자면 일반 시민뿐 아니라 정책 실현에 앞장서야 할 공무원부터 동물보호법을 올바로 이해·적용하고, 관련 정책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좀 더 능동적으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온천냥이 구하기’ 프로젝트는 다행히 관할 기초단체(동래구와 동래구의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줘 민관협치 프로젝트가 가능하게 된 사례다.

이에 재개발정비조합도 협조했다. 빈집에 구조케어센터를 운영해 어미젖을 먹어야 하는 아기고양이, 치료가 필요한 다치고 아픈 고양이를 구분해 보호하는 등 세부적인 구조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런 민관협치가 더욱더 활발해진다면 절망적인 재개발 철거지역에서의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좋은 활동 사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인식 개선도 잘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관심은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필자 또한 길고양이를 알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용팔이’를 통해 길고양이에 관한 이해와 작은 배려를 할 수 있게 됐다. 길고양이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살아도 알 수 없었던 이웃을 캣대디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고, 소통하게 된 것이다.

가까운 일본은 고양이를 복을 부르는 동물로 생각한다. 곳곳에서 ‘마네키네코’(팔을 흔드는 고양이 인형)를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길고양이가 아닌 ‘지역 고양이’,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고양이로 인식한다. 그래서 주민이 함께 급식과 관리를 해나간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정말 부러울 수밖에 없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고양이를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칭하고, 심지어 ‘쿠칭’이라는 도시명은 원주민어로 고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밖에 베트남 태국 등에서는 고양이를 지혜의 동물로 인식하며, 십이지에 토끼 대신 고양이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여러 나라에서 길고양이는 적어도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길고양이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쓰레기 봉지나 뜯는 혐오스러운 동물로 인식하거나 학대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아직은 동물복지를 이야기하기엔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이 시간에도 전국의 재개발 철거지역에서 아무런 보호도 없이 무작정 내려앉는 건물더미에 깔려 죽거나 다쳐 울고 있는 길고양이의 모습이 어쩌면 지금 한국 동물복지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간디는 ‘그 나라의 위대성과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알 수 있다’고 했다. 길고양이를 향한 관심과 인식 개선, 생명 존중과 동물에 대한 작은 배려를 통해 우리 사회 속에서 동물과 함께 공존하는 동물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본다.

최정우 동물문화네트워크 ‘캣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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